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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엇을 말하려 했었을까, WDYMDiary/Crack of dawn 2021. 5. 4. 21:02
따듯한 꿈을 꿨다. 현실에 안주하려는 친구에게 심하게 다그쳤다. 아마도 그건 나도 그러고 싶지만 더 높은 꿈을 위해 포기했던 그 마음이 부러워서였겠지. 그런 나를 다른 한 친구가 크게 화를 내며 나무랐다. 그렇지만 소리치며 화내는 그 눈빛이 너무 따듯해서 눈물이 났다. 그리고 일어나 보니 창을 뚫고 나온 햇볕이 나의 침대까지 닿아있었다.
문제를 풀 때 한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면 다른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. 시험이란 헷갈리는 문제를 맞히는 것보다 전체적인 점수를 보는 거다.
인생을 사는 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니까 정답을 맞히려고 노력할 필요 없어. 그냥 서술형 문제지일 뿐이니까. 너의 문제지에 등장하는 시련, 고통, 슬픔은 아마도 네 문제지의 지문을 더 화려하고, 풍부하고,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게 도와주겠지? 그렇게 점점 길어진 너의 인생 문제지는 누군가에겐 정답지가 되고 다른 이에겐 참고문헌이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겐 자기 계발서가 될 거야. 그러니까 너의 책이 풍부해지는 과정을 잘 즐겼으면 좋겠다.
여러 가지 색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.
유성물감이라 지우기 힘들어 공을 들여가며 위태롭게 그린다. 손에 힘을 꽉 주고 그린다.
그러다 하얀 도화지 위에 불필요한 자국이 번진다.
'아 어쩌지 이 크고 비싼 도화지를 이 자국 때문에 완성하지 못하고 버리자니 아깝고 만약 그대로 커버하지 못하고 그리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공을 들인 내 시간이 너무 아까울 텐데.'
그 순간 어디선가 이러한 말이 들려온다.
'네가 애정 어린 마음으로 그 그림을 열심히 그리려 노력한다면 완성된 그림이 작품이 되지 못할지언정 너의 애정에 보답하듯 다음 그림을 위한 결실이 되겠지.'
아아, 그저 이루어지지 않은 기적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. 행복 속에서, 그 부작용으로 등장한 공허함 속에 불씨 하나를 넣어 지금은 손쓸 수 없는 크기까지 불어났다.
아아, 혼자 기뻐하던, 그 기다림 후에 가졌던 내 마음을 죽이던 몇 마디 말들이 나를 계속해서 찌른다. 이 아픔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. 그리고 마음속에서 어떤 흉터로 자리 잡을지 모르겠다.
나는 여전히 작고 여렸다. 그러니 상처 받았다. 그럼에도, 나는 여린 상태로 남아있고 싶다. 아픔에 또 다쳐도 될지언정 부드럽게 남아있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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